
tw; 사망요소 주의, 싸이코패스적 요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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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씨가 또 사라지셨다. 이 사람은, 잡히지 않는 꽃잎처럼 손끝에 닿을라치면 날아가버리고 만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던데, 독자씨는 꼭 그런 존재다. 언젠가는 잡히겠지, 언젠가는 내 보호를 받아주시겠지. 하지만 더이상 기약없는 언젠가를 기다리기엔, 지친다. 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거라면, 꽃잎을 뜯어내면 되는 것이 아닐까. 탄피를 잃어버리기 전에 탄피를 잃어버리면 안된다 말해준 사람을 쏘아버리면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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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씨가 돌아왔다. 40일만위 귀환이었고, 언제나와 같이 기다림의 보상으로 선물을 받아다. 무기 등을 수납 가능한 이공간 주머니. 혹시 몰라서 인간도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 독자씨는 살벌한 소리 말라며 웃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오늘 내 표정이 어땠더라. 웃고 있었나? 아니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던가?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아, 그래. "현성씨, 무슨 일 있어요? 기분이 안좋아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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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씨가 또 무모한 일을 저지르려고 한다. 팀의 모두가 그를 반대하지만, 그는 언제나와 같이 훅 떠나버리겠지. 이렇게 맥없이 또 탄피를 잃어야 하나? 꽃읲을 어처구니 없이 허공에 날려보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가? 조금 부서지더라도 내 손에 넣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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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씨, 무슨 일 있어요?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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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씨는 굉장히 조용해졌다.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있는다. 피로가 누적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쉬라고 조언을 해도 듣지 않으시더니, 이제야 쉴 마음이 드신 것 같다. 독자씨의 주변에 앉아있노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싸늘함과 함께 안온함이 찾아든다.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독자씨를 보고 있자면, 아. 다시는 내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리라는 단단한 안도가 나를 감싼다. 독자씨를 둘러싼 상황이 그를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이므로, 독자씨가 선물해진 이공간 주머니에 작은 방을 꾸며 독자씨를 숨겼다. 당분간 그는 평화를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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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씨, 오늘 유승이가 울다가 쓰러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신과 화신체 연결이 끊겼다며 이는 필시 당신에게 어떤 큰 문제가 생긴 것이리라고 울부짖다가 지쳐서 쓰러졌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현재 이설화씨와 함께 있습니다. 중혁씨와 수영씨는 당신을 찾으러 잠시 외출을 나갔습니다. 희원씨는 제 안색이 좋지 않다며 걱정을 해주시더군요. 이런, 독자씨도 안색이 창백하시네요. 게다가 이렇게 마르다니. 제가 몰래 음식이라도 구해오겠습니다. 설마 제가 없는 사이에도 이렇게 잠만 자고 계신건 아니죠? 조금만 더 쉬시고, 일어나서 모두를 만나러 가서 걱정을 끼쳤다며 사과하고, 그러실테죠. 당신은 늘 그러셨잖습니까. 그래도, 뭐랄까. 이렇게 쉬고있는 당신을 오롯이 제가 차지한 것 같은 기분은.. 정말이지. 오싹할만큼 기쁘게 하는군요. 잘자요, 나의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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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화가 나셨나요? 독자씨, 어째서 제가 가져온 음식을 먹어주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 건가요. 가져온 음식이 썩는 냄새가 나 방을 냉동고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왜 화가 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풀고 음식을 드신 후에 모두에게 돌아갑시다. 모두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당신에게 화를 내고 있어요. 또, 놀리는 거라면 가만 안둬. 라고 하시던걸요. 저도 독자씨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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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씨, 팀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독자씨를 찾아야 한다는 팀, 독자씨 없이 시나리오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팀, 등등 여러 갈래로 찢어져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독자씨, 아직도 화가 많이 나셨나요? 앙상해진 당신의 팔목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부디 화를 풀고 제게 돌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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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중혁씨를 만났습니다. 우스운 소리를 하더군요, 글쎄. 그는 당신이 죽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혁씨라면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당신은 그저 휴식을 취하고 싶을 뿐이잖습니까. 독자씨, 어째서 저런 말을 듣고도 눈을 뜨지 않으시는 겁니까?당신을 가둬둔 제게 화가 많이 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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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곁에 있는데, 모두들 당신이 죽었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이제는 부정하고픈 마음도 들지 않으니,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강철처럼 단단했던 저도, 물렁해지는 걸까요? 이럴 때 독자씨가 한마디 해주셔야죠. 정신차리세요, 현성씨. 아직 전쟁중입니다. 이렇게 말해주세요. 부디 이제 그만 당신의 화가 풀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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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씨는 죽지 않았어. 그는 단지, 화가 좀 많이 났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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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하는 것에 삶과 죽음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시여, 이제 더는 당신을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우습기만 하군요. 흰 코트가 잘 어울렸던 분이시여. 뼈만 남은 당신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곁에 누워 꿈을 꾸면 살아있을 적의 당신의 꿈을 꾸곤 합니다. 꿈에 나오는 당신마저 미소보단 울분에 찬 표정을 지어보이는군요. 여전히 제게 화가 나 있는 건가요?

Is he angry?
현성독자 / 7대 죄악,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