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은 존재를 좀먹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어떠하였든 간에 영겁의 시간 후에는 멀쩡한 존재도 미쳐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때 ■■■였던 존재의 작은 한탄이자,
자신이 ■■했던 ■■■과는 달리 시간의 흐름에 망가져버린 존재가 내뱉어보는 악의.
진명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를 모르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
그러한 존재가 자신의 악의를 노래해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에 관하여 자격을 받은 이들은 제각기 다른 ■■을 받기 마련이다. 누가 들어도 끝을 짐작할 수 있는 단어로 주어지는 ■■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에 관하여 여러개의 단어를 얻은 이들은 없었다. 단 한 명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다들 짐작하였듯 ■■에 대한 단어를 얻은 존재는 오직 김독자, 구원의 마왕 뿐 이었다. 영원과 종장. 김독자는 종장을 향하여 나아갔고, 그렇다면 남은 영원은 어찌 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시간 선에 의하여 답 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선의 존재는 영원을 향해 달려가고, 한 시간 선의 존재는 종장을 향하여 달려가고. 그렇게 나뉘어버린 두 시간 선은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가졌고, 또한 개개인의 다른 이야기를 이야기 해 갔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존재가 바로 은밀한 모략가 인 것을, 알 수 있는 존재는 오직 그 자신 밖에 없었다. 이미 이야기의 ■■을 보았기에 아득해진 이계의 신격과 같아진 그를, 그런 그의 옛 이야기를 어찌 알겠는가. 이 시간 선에서 그의 진체도, 진명도 알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는 조용히, 자신이며 자신이 아닌 이가 해 나가는 이야기를 지켜보았다.
자신과는 다른 이야기. 분명 자신도 저런 시절이 있기야 하였겠지만 은밀한 모략가는 더 이상 옛날의 자신은 기억나질 않았다. 자신이 ■■했던 유중혁은 정말로 강인했는데. 은밀한 모략가, 한 때는 김독자라 불리던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망가져내렸다. 남은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과 악 뿐.
그는 검은 케이프 자락을 끌며 익숙하게 구원의 마왕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가끔은 자신과 닮은 모략들에 코인을 후원하기도 하고, 그리고….
아.
솔직히 말해 은밀한 모략가는 속이 쓰렸다. 속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신체였으나 아무튼 그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자신은 이미 결을 보고, 영원을 담당하여 이리 망가져 버렸는데. 저 화면 속 김독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지 않은가. 차라리 자신이 종장을 선택하였더라면 조금 더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자꾸만 그를 좀먹었다. 차라리 내가, 내가 저 자리를 대신한다면……. 이러한 생각들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 덜미를 붙잡혔다.
네 모략은 모두 김독자를 파괴하는 것들이다.
정말이지 눈치가 빠르지 않은가. 자신이 한때 ■■했던 자는 이렇게까지 기민했다. 내가 ■■했던 나의 ■■■, 유중혁. 그의 말에 나는 답을 회피했다. 내가 어찌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나와 같이 망가트리고 싶다는 것을. 새하얗게 뚫린 구멍으로 제 앞의 이를 바라보며 새까만 어둠은 광소를 터트렸다.
「언젠가는 전부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오래된 꿈의 꼭두각시여.
왜냐하면 결국 이 이야기의 ■■는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는, 은밀한 모략가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허공에 빙빙 휘저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나의 부질없는 시기이자 악의.
결국 과거를 후회하는 시간에 잡아먹힌 망가진 존재의 한탄일 뿐이기에.

[성좌,
'피와 비명의 진혼곡'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의 ■■이야기
점마독자 / 7대 죄악,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