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거 워닝: 사망 소재, NTR 요소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삶이여, 다시!
프리드리히 니체
[성좌, ‘구원의 마왕’의 명성이 하락합니다.]
유중혁이 무심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매트리스 위에 가지런히 누워 있는 김독자의 몸 주변에서 별가루처럼 흩어진 설화 조각들이 산화했다. 김독자. 유중혁이 가만히 김독자의 이름을 불렀다. 김독자는 대답이 없었다. 계속해서 흩날리는 설화 조각들만이 희게 일렁였다.
3회차의 유중혁을 잃은 김독자는 무언가 크게 결핍된 사람 같았다. 이계의 언약을 통해 다시 한번 유중혁의 결結 속으로 뛰어든 김독자를 안아들던 순간, 유중혁은 세계가 절멸하는 것 같은 착시를 느꼈다. ‘생과 사’에서 ‘생’이 꼭 도려내진 것 같던 몸뚱이. 자신의 모든 것을 저버린 것 같은, 씁쓸한 나태와 체념의 냄새. 자신에게 구원의 맛을 보여 준 사내가 아닌 것 같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우습게도 유중혁은 그런 김독자를 앞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는 것 같은, 생의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성좌, ‘구원의 마왕’의 명성이 하락합니다.]
다시 한번 조각조각 흩날린 설화들이 붉게, 푸르게, 노랗게 빛났다. 이대로라면 성좌, ‘구원의 마왕’은 모두에게 잊혀져 소멸할 것이었다. 유중혁은 김독자가 다시 한번 이곳으로 뛰어든 이유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유중혁이 조용히 말했다. 내가, 같이 살고, 같이 죽어 주겠다. 김독자에게서 짙은 죽음의 냄새가 풍겼다. 3회차 유중혁의 결結을 지키러 온 김독자는, 존재의 가치를 잃어 가고 있었다. 유중혁이 다시 한번, 조용히 말했다.
세계를 구하자, 김독자.
[화신, 유중혁이 ‘근면’의 모든 성과를 이뤘습니다.]
[새로운 거대 설화의 가능성이 발아합니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삶이여,
다시.
죄인이 눈을 떴다.

[성좌,
'차게 식은 자'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구속
금마독자 / 7대 죄악, 나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