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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성당에서 유중혁은 진중하면서도 느린 목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자신의 말끝마다 함께 제창하는 수많은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오전의 따사로운 햇빛은 마치 유중혁이라는 존재가 찬란히 빛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유중혁이라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존재가 과연 있을까.

그 고고하기 짝이 없는 고결한 천사마저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에도.


기도의 끝이 다가왔다.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건만, 제 부모에게 끌려온 것인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제 어미에게 혼이 나면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아이는

유중혁과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세를 바로했다.

 

그 모습을 잠시 눈에 담았던 유중혁은 곧 시선을 돌렸다.

유중혁의 시선이 천장에 붙었다.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주문이라도 외는 것 처럼 기도를 올렸으나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더이상 신에게 순종한 어린 양이 아니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한가운데,

마치 문양이라도 되는 듯 하나의 천사가 유중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느날 천사가 내려와 말했다.
너는 특별하다고.


인간이 물었다.
내 무엇이 특별하냐고.

 

 

기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예배당에 남아있던 유중혁은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선율을 내뱉을 것 같던 그 입술에서는 쇳소리와도 같은 이질적인 소리가 났다.

도저히 인간이 내는 것이라고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 같던 소리에 단 하나의 존재가 답을 해주었다.

"왜 그래, 중혁아?"

분명 아무도 없었을 기도실이건만, 유중혁은 자신을 뒤에서부터 안아오는 손길을 느꼈다.

어깨 너머에서 뻣어나온 손은 그 신성함을 주장하려는 듯 새하얗기 짝이 없었다.

분명 저를 폭 하니 안고있을 터인데도 온기한 점 없는 존재가 새삼스레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이 많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아니. 그런 건 없다."
"진짜?"

귓가에서 소곤거리듯 묻는 말에 유중혁은 솜털이 바짝 일었다.

 

거짓말 따위는 싫어.

 

직접 내뱉는 말은 아니었지만 유중혁은 들을 수 있었다.

이것 또한 그 천사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의 능력이겠지.

신부라는 직업을 가진 이래로 나름대로  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던 유중혁은

직접 천사라는 것을 만카고나서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환상을 어느정도 수정해야함을 깨달았다.


유중혁은 고개를 돌려 천사를 바라보았다.

빛이 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

사람들이 으례 상상하고는 하던 밝은 금발과는 달리 흔하기 짝이 없는 새까만 머리카락,

본인의 등은 물론이거니와 시야를 가득 채워버린 새하얀 날개.

 

저보다 작은 몸체이면서도 시선이 한 뼘 쯤은 높은 것은 그가 허공에 떠있기 때문이었다.

시선을 마주하나 기쁜 듯 아름답게 미소짓는 천사는 자신을 김독자라 소개했었다.

 

김독자는유중혁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망설임없는 몸짓은 그저 축복을 바라는 흔히 말하는 천사의 키스와도 같았지만

유중혁은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독자가,

천사가,

괴물이 유중혁에게 말했다.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고민이 있으면 말 해봐, 중혁아. 내가 해결해줄게. 너도 알다시피 난.."
"너를 사랑하잖아."

천사이면서,

천사밖에 되지 않는 주제에 인간을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정녕 천사가 맞는걸까.

 

사실은 천사의 탈을 쓴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잠시 스치고 지나간 터무니없는 생각을 쫓아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김독자는 천진한 척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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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오랜 망상을 기다리는'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무제 

 

중혁독자 / 7대 죄악, 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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