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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하다. 아마 김독자를 표현하는 한 마디를 택해 보라면 유중혁은 망설임 없이 이 단어를 고를 것이다. 고작 뒷골목에서 마약이나 밀거래하는 천박하기 짝이 없는 마약 밀매범. 유중혁에게 김독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중혁아, 그거 알아? 너 지금 진짜 귀엽다.”

 

저보다 한참 위에서 과장스러울 정도로 목을 젖히며 웃어젖힌 것도,

 

“완전 물에 빠진 생쥐 같아.”

 

푸흐흣, 입을 막고 웃으며 산 중턱 구멍에 빠져버린 유중혁을 보고 그런 말을 지껄인 것도. 명백하게 제 자존심을 건드린 행위임이 분명했다. 저와 마주쳤을 때에는 같잖은 눈웃음을 쳐 오는 꼴 역시 가관. 당장이라도 달려가 가증스러운 웃음을 뱉는 저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재량껏 탈출해봐.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럼 다음에 또 봐.”

 

김독자는 검은 모자를 눌러쓰곤 땅바닥에 놓여 있던 검은 가방을 집어 들더니 유유자적 그 자리를 떠났다. 유중혁은, 어두운 땅 구멍 너머로 천천히 사라지는 그 모양새가 마치 바닥을 기어가는 뱀 새끼를 보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유중혁과 김독자는 빈말로라도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였다. 아니, 과장을 덧붙이지 않고 말해본다면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혐오하는 사이였다. 물론, 유중혁의 일방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둘은 상성 자체가 친해질 수 없는 상성이었다. 왜냐하면 유중혁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마약범을 잡고 다니는 충실한 개였고, 김독자는 세간에서 알아주는 날고 기는 마약 밀매범이었으니까.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친해지긴 글렀다는 말이 나오기가 마련인데, 하필이면 그런 유중혁의 눈에 불현듯 띄었던 게 세기의 마약 밀매범이라 불리는 김독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일말의 순간 눈에 띄었던 김독자를 잡지 못하고, 1년 반 이상이나 시간을 허비했던 것이다. 인연도 이런 지긋지긋한 악연이 없었지.

 

“이게 그놈에 대한 정보다.”

 

김독자를 타깃으로 삼겠다고 말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유중혁은 상사가 건네주는 정보를 넘겨받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상당히 불쾌해 보이는 그는 정보를 집어던지듯 건네고 방을 나갔다. 어쩐지 저가 마약 밀매범 김독자를 제 손으로 검거하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계속 저 상태이다. 그렇지만 유중혁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서류를 받아들었다. 다른 마약 밀매범들을 잡을 때에도 항상 부탁했던 정보인데, 어쩐지 이번에는 유달리 서류 종류가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기의 마약 밀매범이라 정보가 많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한 장을 넘겼던 순간. 서류 안에는 김독자의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김독자, 나이 28세. 3년 전 2월 15일 첫 활동을 시작했으며 전투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제 몸 하나 챙기는 솜씨와 사람을 다루는 능력은 그 누구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음. 그곳에는 십 대 후반 무렵부터 발을 들였으며…(중략)… 유중혁은 서류를 보고는 살짝 미간을 구겼다. 뭐야, 이게? 서류에는 지나치게 상세하지만 그만큼 필요 없는 정보들마저 들어가 그 서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개인적인 건 어떻게 알고 적은 거지?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유중혁의 눈에 들어온 마지막 문장. (중략)… 이 모든 정보들은 그가 마약 거래를 한 현장에서 발견된 본인이 쓴 정보들임을 예상하고 있다… 유중혁은 그의 얼굴 사진을 보았다. CCTV에 찍힌 모양이었는지 화질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대놓고 보여주겠다는 듯 브이를 하고 찍은 모습 역시 유중혁의 눈에는 역겹기 짝이 없었다. 미친놈. 이래서 사진도 이 모양이었군.

 

마약 거래의 전과 역시 화려했다. 지금껏 저가 검거한 마약 밀매범들의 거래 개수를 열 배 이상 뛰어넘는 양. 활동한 시간도 3년이나 되고. 몸은 딱 봐도 비리비리해 보이는데 그동안 잡히지 않았다는 게 기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지. 자신의 눈에 띄었으니, 그 연약한 몸을 놀리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을 터인데.

 

“또 너야?”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두 사람의 악연이 끊길 일도 없어 보였다.

 

“…그래, 또 네놈인가.”

“그렇게 정없이 말고 이름 불러줘, 중혁아. 내 이름 알잖아. 독자야~ 하고. 응?”

“같잖은 개소리 집어치워라.”

 

안 통하네, 하하. 김독자는 마스크를 입에서 슬쩍 내려 턱에 걸치고서는 헤실하게 웃음 지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입꼬리를 여유롭게 올리고 있는 꼴 치고는 눈이 웃고 있지 않았으니. 놀림받는 기분이 든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겠지. 유중혁은 나이프를 뽑아들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수갑도. 칼? 괜찮겠어? 김독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유중혁도 김독자를 죽일 마음까지는 없었지만, 저 실실 웃고 있는 오만하고 방자한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속마음에 참을 인 자를 수천 번은 새긴 것도 같았다. 나 그렇게 험하게 다뤄도 돼? 위에서 허락 안 했을 텐데. 김독자는 주머니에서 손도 뽑지 않은 채로 날아드는 칼날을 스쳐 피하며 얘기했다. 그래, 그랬지. 분명히 위에서 허락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세기를 망치는 악독한 마약 밀매범이고, 옛날과 달리 세계는 변했으니까. 악인을 처벌한다고 피해자가 처벌을 받는 세계가 아니다.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김독자는 그만큼 유중혁에게 짓눌러 버리고 싶은 상대였다. 저 촐랑촐랑 대는 꼴 하고는. 김독자는 칼날을 유연한 몸짓으로 피해다가 유중혁에게서 멀어져 섰다.

 

“근데 중혁아, 왜 이렇게 나한테 집착해?”

 

뭐? 느닷없는 질문에 유중혁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렇지만 마주 본 김독자의 표정은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 그런 김독자를 보면서 유중혁은 참으로 뻔뻔한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왜 내가 1년 가까이 저에게 집착하고 있는지 전부 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자신을 한 번 더 놀리려는 것이다. 제 자존심을 한 번 더 치졸한 사람인 마냥 짓밟아 주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렇잖아. 

 

"위 선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을 테고, 네 실력으로는 혼자서 날 붙잡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나를 잡는 데 이리도 집착하실까, 우리 중혁이.”

 

여유만만하게, 그리고 정곡을 찌르는 대사를 내뱉는 김독자. 유중혁은 아랫입술을 아득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술에서는 피가 흘렀고, 입안에 비릿한 혈향과 피 맛이 감돌았다. 

 

그래. 분명히 유중혁이 김독자에게 이리 집착할 이유는 없는 것이 맞았다. 김독자가 세기의 마약 밀매범이라는 사실은 이를 데 없는 사실도 맞았다. 남들의 열 배 이상 되는 거래를 도맡고 있었고, 사실상 뒤 세계는 저 남자가 실질적 권력자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그렇지만 그뿐이다. 그 말고도 마약 밀매를 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고, 전부 유중혁과 그의 동료들이 잡아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유중혁은 마약 밀매범들을 검거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사람이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실적을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유중혁이 김독자에게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단순히, 그가 세기의 마약 밀매범이라서 그런 걸까. 그럴 리가 없다. 김독자에게 집착하느라 날려버린 시간은 이미 1년 반 남짓. 그 시간 동안 김독자에게 집착하느니 차라리 다른 놈 수십 명을 검거하는 편이 이득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설마 나 좋아해?”

 

1년 반이나 저 가증스러운 뱀에게 감겨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건지. 유중혁조차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영문도 모른 채 이 감정이 분노라고 제 자신을 속이며 김독자의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 

 

헛소리. 이내 그의 질문에 싸늘하게 답하며 유중혁은 적어도 이 감정이 사랑은 아님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봐, 지금도 실실 웃는 여유로운 표정을 가지고 값싼 뱀의 혀로 저속하게 입을 놀리는 그를 보며 주둥아리를 찢어놓겠다는 욕구를 지우지 못하고 있잖아. 설마 사랑하는 사람한테 이런 감정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푸흐, 그래. 미안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중혁이가 그럴 리가 없지.”

 

김독자는 꽤나 진지하게 내뱉었던 말조차 전부 장난이었다는 듯이 웃음짓고서 어두운 골목 속으로 차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니까, 중혁아. 이제 그만 포기해도 되는데. 너도 슬슬 지치지 않아? 잠깐, 어딜… 유중혁은 발걸음을 옮기며 어두운 골목 속으로 사라지는 김독자를 따라 저도 덩달아 몸을 옮겼다. 곧, 푹. 목에 가늘고 이질적인 감각이 들고, 유중혁은 몸을 휘청였다. 김독자는 쓰러지는 유중혁을 다치지 않도록 몸으로 가볍게 부축해, 벽에 기대 놓았다. 

 

제기랄…! 목에는 얇고 조그마한 주사기가 보란 듯이 꽂혀 있었다. 말했잖아, 중혁아. 어느새 벽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웃음 짓는 얼굴. 넌 무리라고. 언제나와 같이 웃음 짓고 있는 표정이었지만, 얼굴에 깊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무언가 위험하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러니까 그만 좀 포기하는 게 어때.

 

“이래봤자 포기 안 하겠지만. 그럼 다음에 또 봐, 중혁아.”

 

 

 

 

***

 

 

 

 

유중혁은 왜 김독자에게 이렇도록 집착하고 있었을까? 어릴 때부터 그런 부류를 싫어했기 때문에? 자꾸 알랑대며 짧은 혀를 놀려대서? 그런 이유도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사실 유중혁도 은연중에 알고는 있었다. 그를 검거하겠다고 나선 순간부터 모든 게 틀어지고 있다는 것을. 정부에선 갑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차갑고 쌀쌀맞아졌고, 아무런 지원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김독자를 제 실력으로 잡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근데, 왜, 네놈을 만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실패네, 수고했어.”

 

반 년쯤 전의 일이다. 자신은 반년 동안 김독자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서도 그를 잡지 못해 머릿속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고, 그럼에도 반쯤 포기하고 싶었던 상태였다. 분하게도, 김독자를 반 년 동안 쫓아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분노, 혐오. 그리고 실력 차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상대의 뒤꽁무니만 간신히 쫓고 있다는 제 한계를 깨달았을 뿐이다.

 

그가 언젠가 흙구덩이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물에 빠진 생쥐 같다는 표현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교만하기 짝이 없는 주둥아리를 보면서 유중혁은 분노를 느꼈으나,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 교만한 주둥아리에 언제든지 잡아먹힐 수 있는 생쥐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반항할 수 없는 상대에게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는 압박감…. 그것이 유중혁을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령, 온몸이 천적 앞에서 마비되어 손발 하나 꼼짝할 수 없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던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현저하게 떨리는 눈은 뱀의 손에 들린 나이프에 눈이 먼저 갔고, 그 순간 제 천적과 보기 좋게 눈이 마주쳤다. 안돼, 겁먹었다는 게 들키면…

 

“그만두고 싶지?”

 

뱀의 아가리가 열리고 나온 말은 자신이 예상했던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제 의중을 정확히 꿰뚫는 말에 흠칫 몸을 떨며 그를 올려다봤을 뿐.

 

“무섭잖아, 잡을 수도 없는 상대에게 오히려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는 이 상황이, 이 관계가.”

 

그래, 그렇다. 무섭다. 제 실력으로는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잡을 수 없고, 되려 목숨을 위협당할 상황이 수십 번도 넘게 찾아왔고, 이 상황에도 이 남자에게 보내고 있는 시간 때문에 제 실적은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 남자랑 엮이고 나서는 풀리는 일이 없다. 죄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묵묵부답으로 눈을 내리깔는 유중혁은 그의 시선을 느꼈다. 여기가 자신의 한계다. 그만 포기해야만 했다. 손에 잡힐 듯, 안 잡힐 듯 결국은 자신을 기만하고는 떠나는 가증스러운 뱀과도 같은 사람. 자신이 잡을 수 없는 남자.

 

“유중혁, 그거 알아?”

 

중혁은 그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그러고서는 천천히, 맞춘 시선이 내려간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김독자가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몸을 낮추고, 벽에 기대앉아 있는 저와 눈을 맞췄다. 

 

이내 천천히 다가오는 얼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난 너 좋아해.”

 

유중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김독자는 야살스럽게 샐쭉 웃었다. 그 표정 마음에 든다. 제 혀로 입술을 가볍게 한 번 흝은 뱀은, 이내 가증스러운 아가리를 벌렸다. 유중혁은 그 행동에 약에 젖은 몸을 어떻게든 반항하려고 애썼으나, 천적 앞의 생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내 김독자와 유중혁의 입술이 겹쳐지고, 가증스러운 주둥아리에 담긴 혀가 제 입안을 희롱해 왔다. 마치, 갖고 놀듯. 

 

저보다 훨씬 큰 체구에 가는 연약한 몸을 얹고는, 언제든 잡아먹을 수 있는 먹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 표정으로 연인처럼 입을 맞춰 온다. 교만스러운 뱀처럼, 제 숨통을 천천히 옥죄어 온다….

 

“생긴 게 제법 내 취향이거든.”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중혁을 보며, 김독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너한테 잡히고 싶었는데, 아쉽다.”

 

거의 다 풀려가는 마취의 효과에 유중혁은 달아나려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리를 굴렀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저 발치를 걸어가고 있으면서 뒤를 돌아 자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 ■■. 중혁아. 그의 입모양은 눈에 선명하게 띄었으나 고의인지, 실수인지 그의 인사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아가리를 보면서 유중혁은 외람되게도 눈부실 정도로 활짝 웃었다.

 

 

반 년 전 그날, 유중혁은 그 뱀의 가증스러운 주둥이에 계속 놀아나기로 결정했다.

 

 

 

***

 

 

 

유중혁은 약에 젖어 지친 몸을 끌고 일터에 돌아왔다. 부작용 때문인지 몸 온 곳이 저릿저릿했지만 오늘의 근무를 보고해야만 했다. 제 사무실에 들어와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찰나, 똑똑. 문이 두드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뭡니까? 문을 열어 보니 상사가 조금 뚱한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총장님의 호출이다. 가 봐라.”

 

윗 사람으로부터의 호출이었다. 갑자기 왜? 김독자를 잡겠다고 나선 순간부터 자신을 호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영문을 알 수는 없었지만 중혁은 윗사람의 사무실을 찾았다.

 

 근 1년쯤 만에 열어보는 문이다. 노크 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윗사람이 저를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짧은 흑단발 머리에, 성인치고는 꽤나 키가 작은 여성. 마약 밀매 검거반의 총장인 한수영이었다. 평소에도 요즘 일을 잘 해줘서 맘에 든다는 둥, 제법이라는 둥 하는 소리를 하던 사람이니 김독자에게 빠져있는 지금은 부르지 않는 것이 이해도 갔다. 그러나 의문스럽게도 김독자를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에게 모든 지원을 끊어버린 장본인. 그 의중을 쉬이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그래, 요즘은 잘 지내냐?”

“네, 그렇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실적이 좋지 않던데.”

 

미간을 구긴 채 안경을 들어 올리며 서류를 뒤적거리던 한수영이 말했다. 예전에는 이것보다 열 배는 잘 했었잖아? 유중혁은 말없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고 보니 자신도 총장의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궁금했던 점이 떠오르긴 했다. 어떻게 세기의 마약범을 잡는 데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을 수가 있지? 왜 상사들은 김독자를 잡겠다고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차갑게 변했지? 사실 지금까지의 궁금증이기는 했지만, 괜히 상사들한테 끽소리 잘못했다가는 김독자를 합법적으로 잡을 수단조차 사라지게 된다.  

 

그를 잡겠다고 한순간부터 자신의 사무실에 저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사람이 저를 먼저 호출했다. 분명 시답잖은 실적 얘기나 하려고 부른 것은 아니리라는 것을 대충 짐작했다.

 

“이놈 때문인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중혁을 보면서 수영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서류를 들어 확인해 보니 그곳에는 김독자의 신체 정보가 적혀있는 서류였다. 김독자, 28세. 3년 전 2월 15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는 그때와 같은 서류였으나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장난스럽게 셀카 찍듯 찍은 사진은 온데간데없고 증명사진처럼 정확하게 정면으로 찍힌 사진이 들어있다는 것. 마치 그 사진은 이미 검거된 마약범의 사진과도 다름없었다. 이런 사진을, 어떻게 찍었지? 분명히 김독자는……

 

“알고 계셨습니까?”

“알다마다, 너한테 1년 반 전 김독자의 정보를 준 것도 난데.”

“그렇다면 왜…”

 

아무런 지원도 해 주시지 않는 겁니까. 뒷말은 삼켰으나, 아마 이 사람은 대충 알아채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정부의 마약 밀매 검거반의 총장이었으니 이 사람의 허락이 떨어졌으면 김독자를 잡는 데 온 지원이 아껴지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 유중혁이 김독자에게 이토록 집착하는 일도 없이 그는 이미 감옥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중일 것이다. 

 

이미 알고 있단 사실쯤은 깨달았는데, 이걸 본인을 불러서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한다고? 유중혁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느꼈다.

 

“1년 반 전쯤에, 이놈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고 좀 놀랐지.”

 

한수영은 자신에게 지금껏 있었던 일들을 줄줄 읊었다. 1년 반쯤에, 유중혁이 김독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1년 전쯤, 유중혁은 그를 검거하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무언의 이유 때문에 다시 그에게 집착에 가까운 검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아직 그를 잡지 못하고 김독자에게 감겨있다. 

 

모든 사실을 토씨 하나 틀림없이 낱낱이 읊는 한수영을 보면서 유중혁은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히 맹한 놈이었네.”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도 몰라? 총장은 조소에 가까운 웃음을 띠고서는 유중혁에게 서류를 한 장 더 내밀었다. 서류에는, 김독자의 3년간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 하나도 낱낱이, 빠짐없이…….

 

며칠, 몇 시에 무슨 장소에서 어떤 조직과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3년간의 모든 기록과 자신이 쫓았던 1년 반의 기록, 그리고 앞으로의 거래 예정까지.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은 손길로 종이를 부여잡고 있는 유중혁을 보며 총장이 이야기했다.

 

“내가 지원해주고 있는 마약 밀매범이다.

 

 우리는 차마 손댈 수 없는 어지러운 뒤 세계에서 혼잡하고, 난잡한 마약 거래를 정리하고 하나로 정리하는 일을 도맡고 있는 뒤 세계의 큰 손.”

 

유중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 말이 짧다. 뭐라고 했습니까? 분노로 잔뜩 구겨진 서류를 가져간 한수영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알았냐는 듯 조소를 띠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약간의 동정도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불쌍한 놈.

 

“아직도 못 알아듣냐? 너 그 새끼한테 1년 반 동안 기만당한 거라고.”

 

중혁은 표정과 마찬가지로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 사실 나도 더 위 측에서 명령받고 지원해주고 있는 거라서. 위 놈들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한수영은 말을 덧붙였으나 유중혁에게는 단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1년 반 동안, 그놈에게 기만당한 거라고? 그저 그냥 그렇게 놀아난 거였다고? 김독자가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1년 전, 포기하려던 자신을 더 갖고 놀기 위해서 그 가증스럽고 뻔뻔한 혀를 아무렇지 않게 놀렸던 거라고? 

 

슬쩍 한수영이 건네줬던 서류에 눈을 옮긴 유중혁은 말없이 총장의 사무실을 벅차고 나갔다. 

 

 

 

***

 

 

 

 

“언제쯤 오려나.”

 

유중혁과의 만남이 끝나고 난 뒤 김독자는 마약이 든 검은 가방을 달랑거렸다. 재밌게 놀았으니 슬슬 다시 일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10분쯤 뒤에 여기에서 거래하기로 했었는데. 거래의 기본은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할 찰나 김독자의 머릿속에는 유중혁이 떠올랐다. 아, 기분 좋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1년 반 동안 내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녔던 거 생각하면. 대충 사탕 발린 듣기 좋은 말로 구슬려줬더니 흔들리는 초점 하며, 눈동자는 어떻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단신으로 저에게 1년 반 동안 달려드는 유중혁을 보며 조금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그를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갖고 노는 쾌감이 훨씬 컸다. 

 

변명하자면 사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다. 자신을 넘볼 만큼의 실력이 있는 마약 검거반이라면 제가 편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한수영에게 말해 대충 일러 놓으라고 얘기했었다. 다만 유중혁은 사회성이 떨어져 실력이 꽤 있는 마약 검거반들과 교류가 없었던 탓에 그것을 모르고 자신을 타깃으로 삼았을 뿐이었고,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자신을 죽일 듯이 잡으러 온 유중혁을 보면서 놀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뭐야, 이놈은. 내가 누군지 모르나? 한수영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렇다기엔 생긴 게, 행동이, 성격이, 사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제 취향에 부합하는 이상형이었다. 흥미가 일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자 이 행동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제 한계를 대충 눈치챈 유중혁은 자신을 포기하고 싶어 했고 자신을 검거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 중혁아. 이러면 내가 재미없잖아. 조금 더, 나를 갈망하고, 나에게 집착하고, 나를 정복하고 싶어 해. 그 과실이 맺었을 때 가장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도록. 그렇게 나를 사랑해줘. 가장 깊은 나락에 빠진 너를 보며 내가 웃을 수 있도록.

 

그렇게 교만스럽고, 가증스러운 뱀 새끼는 유중혁을 긴 시간 기만하고, 갖고 놀며 그를 완벽하게 자신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 

 

‘언제쯤 놓아주지?’

 

그렇지만 이제 그 행위도 슬슬 질렸다. 1년 반 전에는 호기심이었고, 1년 전에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유중혁을 나락까지 밀어 넣는 재미로 그를 몰아붙였으며, 이 얽히고설킨 악연이 1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변함없는, 새롭지 않은 유중혁에게 점점 흥미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슬슬 질리는데. 처음에는 그 완벽한 마약 검거반의 에이스를 무너뜨리는 데 흥미를 가졌으나, 자신에게 집착할 대로 집착하고 있는 이 상황이 완성되었으니 뱀 새끼는 먹잇감에 흥미를 놓을 때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와? 약속 시간이 지났음에도 거래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김독자.”

 

그 찰나, 익숙하고도 평소보다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김독자가 화들짝 놀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놀란 것도 잠시. 김독자는 다시 한숨을 쉬며 표정을 여유로이 풀었다. 거래자들은 온데간데없고 흥미가 떨어진 귀여운 먹잇감이 나 잡아먹어 주쇼, 하며 나락에 뛰어들고 있었다.

 

또 날 잡으러 온 건가? 이번 거래는 거래만 온전히 하고 끝내려고 장소를 알려준 적도 없었는데 찾아온 걸 보면… 지독하게 미행했다는 사실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왔대….”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유중혁에게는 더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재미없긴. 슬슬 이 자식도 졸업시킬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래, 온 김에. 중혁아, 내가 재미있는 거 알려 줄까?”

 

김독자는 평소와 같이 가증스러운 입을 놀리며, 야살스러운 웃음을 지은 채 말을 꺼냈다. 알려주면 무슨 반응일까? 뭐라고 대답할까? 어떤 식으로 표정이 일그러질까. 아마 그 순간이 이 망가진 관계의 최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노리러 왔다고 생각한 흥미가 떨어진 먹잇감의 행동은 전혀 제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유중혁은 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그대로 입안에 스스로 넣었다.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게 뒤에 가려져 있던 한 손은 피로 낭자하게 물들어 있었다.

 

“잠깐, 무슨….”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에 김독자는 마약 병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신 유중혁이 저에게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들어간 김독자는 그대로 재빠르게 제압당했다. 

 

항상 제가 올라타고 있던 큰 체구는 제 몸을 부술 듯 짓눌렀고,

 

항상 제가 얹고 있었던 큰 손아귀에는 제 양손과 목이 비틀려 잡혀 있었고,

 

항상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 얼굴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널 어떻게 찾아왔다고 생각하지?”

 

그날, 그곳에서 김독자가 저지른 실수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유중혁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를 마지막까지 교만하게 맞았던 점이며,

 

“참으로 교만한 행동이다, 김독자.”

 

두 번째는 그날, 진심으로 유중혁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점이다.

 

 

김독자는 떨리는 눈동자로, 초점을 흔들리며 저를 깔아뭉갠 유중혁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손을 움직이고, 다리를 버둥거리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보아도 체구가 한참이나 큰 유중혁에게 반항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반항할 수 없는 상대에게,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다는 압박감. 

 

목이 천천히 졸려 왔다. 자신을 일말의 떨림 없이,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는 유중혁의 두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김독자는 외람되게도 흥분감을 느꼈으며, 고양감을 느꼈다. 점점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김독자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아, 날, 죽일,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이었다. 유중혁은 1년 반 전에도, 1년 전에도, 지금도.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할 테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어쩔 거지?”

 

김독자는 이대로 그에게 목이 졸려 죽는 것을 상상했다. 온몸이 훨씬 큰 체구에 압박당해 반항하지 못하는 상태로, 저 큰 손아귀에 목이 틀어쥔 채, 가지고 놀던 먹잇감한테 목숨이 위협당하는 압박감을 느끼며 목이 졸려 죽는 것. 

 

유중혁의 입에 한 방울도 빠짐없이 삼켜진 마약에서는 빌어먹게도 달콤한 향기가 났고, 제 앞에 있는 유중혁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 둘러싸인 김독자는 그런 비정상적인 죽음에서마저 쾌락을 느꼈다. 

 

“컥, 흐, 좋, 아…”

 

그리고, 이내 그런 죽음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렸다.

 

“죽여, 줘, 중혁아….”

 

제 말을 들은 유중혁은 목을 조른 손에 힘을 넣었다. 미칠 듯한 압박감과 숨이 통하지 않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선하게 느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독자는 흥분했다. 지금껏 보지 못한 황홀한 웃음으로 유중혁을 올려다보았고 보기 좋게 벌려진 입에서는 타액이 흘렀다.

 

아, 죽는, 다, 목이, 졸려서… 유, 중혁에게.

 

그렇게 생각하며 희번뜩하게 위를 응시하던 눈동자가 천천히 감겨갈 찰나, 갑작스럽게 목의 압박이 풀렸다. 숨이 다시 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유중혁이 제 목을 틀어쥐던 손을 놓았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이기적이려 하는군.”

 

혼자서만, 그렇게,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최후를 맞아 버리면. 1년 반 동안 고대하고 기다렸던 순간이지만 그 표정을 보자 기분이 더러워졌다.

 

유중혁은 제 주머니를 뒤졌다. 미리 서류에서 보고 온 마약 현장에 먼저 도착했던 유중혁은 김독자와 마약 거래를 하려는 사람들을 죄다 죽였고, 그 마약을 가져다가 제가 마셨다. 마약 검거반의 에이스라고 불리던 사람이. 그리고 그 마약을 주머니에 몇 개 더 챙겨온 상황이라니… 이제 아마 마약 검거반으로써의 활동은 더 이상 불가능하겠지.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리려고 했다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을 나락으로, 바닥까지 끌어내려 놓고는 자신은 마지막까지 자신만 좋을 대로 날아가려고 한다니. 유중혁은 마음속의 욕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주머니를 뒤져 마약 한 개를 더 꺼낸 유중혁은 마약을 마셔 제 입에 머금었다. 

 

그러곤, 가증스러운 뱀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읍, 헉….” 

 

김독자의 신음이 들렸지만 유중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벌려진 아가리를 탐닉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저를 갖고 놀듯 입안을 휘젓던 뱀의 혀는 난폭스럽고 무자비한 포식자의 침입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듯 보였다. 

 

이내 목구멍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마약이 넘어가고, 김독자의 몸이 눈에 띄게 헐떡이며 떠는 것이 느껴졌다. 유중혁은 그제서야 김독자와 몸을 뗐다. 

 

“김독자.”

“흐으, 하아….”

“넌 뒤졌어.”

 

그때와 같이 눈부실 정도로 활짝 웃으며, 김독자의 흐리멍덩하게 풀린 얼굴을 바라보았다. 곧 유중혁은 그의 셔츠 자락 단추를 천천히, 한 개씩 풀어헤치며, 그의 목덜미에 각인을 새기듯 이를 박았다. 김독자의 억눌려지면서도 마약에 젖어 달아오른 신음이 들려왔다.

 

1년 전, 그 가증스러운 뱀의 아가리에 잡아먹히며 유중혁은 빌어먹게도 그에게 사랑에 빠졌었다. 그리고 지금, 유중혁은 다시 그 아가리에 자의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번에는, 그 교만하기 짝이 없는 뱀 새끼의 몸 깊은 곳까지 물어뜯기 위해서. 그 역시 저와 같은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

 

유중혁은 저의 의중을 깨달은 순간 놀랍게도 쾌감을, 제 마음 속 깊은 욕망을 느꼈다.

 

김독자, 너도, 나와 같이……

 

“나락으로 떨어뜨려주지.”

 

유중혁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마 약 덕분에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거겠지. 그렇지만, 모르겠다. 너도 나와 같이 이 달콤한 마약에 취해 함께 뒹굴며 나락으로 떨어져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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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언약세레나데의 이중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가증스러운 아가리

​헤집어놓기

중혁독자 / 7대 죄악, 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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